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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돌이 이강인’을 배출한 축구 클럽의 이유있는 돌풍

입력 2020.10.14. 오후 5:38 김기범 기자


‘슛돌이 이강인’이 몸담은 <골클럽> 추계고교연맹전 깜짝 우승 돌풍 일반 학교 축구부 아닌 지역 거점 클럽 FC ‘독특한 축구 철학’ 주장 강윤구 K리그 울산 현대 입단 ‘인생 역전’

지난 8월 국내 학원 축구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 코로나 19 속 경남 합천에서 열린 추계고교축구 연맹전에서 창단 3년 차인 축구 클럽의 U-18 팀이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축구 클럽의 이름은 <골클럽>. 골클럽은 쟁쟁한 전통의 고교축구 명문 고교를 모두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영광 FC를 무려 5-0으로 대파했다.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주장 강윤구(18)는 이 대회 활약으로 K리그 최강 울산 현대에 입단하는 '인생 역전'까지 해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무명 축구부의 반란이었고 창단 이후 처음 프로 진출 선수를 배출한 쾌거였다. 축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비유를 동원하며 주목했다. 골클럽은 일반 고교 축구부와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일단 개별 고등학교 소속 축구부가 아닌 지역 클럽 FC의 형태를 띠고 있다. 거점 지역인 경기도 포천에서 축구를 하고 싶은 학생 선수들에게 원칙적으로 문호가 개방된 방식.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고, 포천 지역의 축구부 학생 숫자가 넉넉지 않아 대부분의 선수는 포천일고 소속이지만, 운영 원칙은 지역 거점 FC다. 외형적 차별성보다는 지도자의 축구 철학이 독특하다. 홍성호(46) 감독은 불의의 부상으로 일찍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을 밟았다. 브라질과 스페인에 차례로 유학을 가 선진 축구를 직접 몸으로 배웠다. 홍 감독은 "브라질에 처음 갔는데 당시 브라질 축구의 전설 카레카가 나보고 '키가 큰데 농구 선수냐'라고 물었던 게 기억난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는 너무 정직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크게 느낀 바 있었다"면서 "단순히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축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후 선수들의 경기 상황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인지 능력을 강조하는 축구를 펼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골클럽의 훈련장은 일반 고교 축구부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훈련장에 스페인어가 떠들썩하게 울려 퍼진다. "아우라(지금)" "데샤(놔둬)" "부스카(공을 찾아)" 마치 군대의 암구호와 같은 용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선수들의 일사불란한 패스 훈련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스페인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외국어 배우는 것도 있고, 또 상대 팀이 못 알아듣는 효과도 있어서…. 하하"라고 설명한다.

골클럽의 축구 철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로 요약된다. 실전에서 홍성호 감독은 어지간하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오지 않고, 밀짚모자를 푹 뒤집어쓴 채 벤치에 앉아 있다. 다른 고교 축구부 감독들은 11명의 선수 하나하나에 목소리를 높여가며 세부적인 지시를 전달하지만, 홍 감독은 그냥 선수들이 경기하게 놔둔다. "아이들의 무대거든요. 아이들 무대에서 제가 이래라저래라 하기보다는 그 무대 자체가 가장 좋은 수업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서 연습 때처럼 해결하는 모습을 요구합니다." 선수들을 초등학교부터 가르친 홍 감독은 유소년 시절부터 '기술 축구'를 강조해왔다. 선수들의 개인기와 일대일 돌파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축구로, 승패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 홍 감독이 초-중-고교 골클럽 선수들을 이끌면서 배출한 제자 가운데 한 명이 발렌시아의 '슛돌이' 이강인(20)이다. 이강인은 KBS '날아라 슛돌이' 프로그램에서 축구 천재로 주목받을 당시, 초등학교 1~4학년까지 홍 감독과 함께 골클럽에서 뛴 뒤 스페인 유학을 떠났다. 이강인에 이어 골클럽이 배출한 또 한 명의 유망주가 바로 울산 입단을 확정한 미드필더 강윤구다.

골클럽은 이강인이 초등학교 1~4학년까지 몸담은 클럽이다. 아랫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선수가 이강인.


추계연맹전에서 빛나는 활약으로 U-19 축구대표팀에도 선발된 강윤구는 '생각하는 축구' 와 '기술축구'를 바탕으로 이제 프로 무대에서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 초등학생부터 골클럽에서 뛴 강윤구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축구를 익힌 덕택인지 당찬 자신감이 넘친다. " 얽매이지 않는 점이 골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학교 축구부를 비하하는 건 아니고, 학교 축구부가 조금 안정적이고 자리를 지키는 플레이를 추구한다면 우리 팀은 미드필드부터 최전방까지 올라가서 자유롭게 플레이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기량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울산은 국가대표급 선배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 많지만, 저는 제가 가진 걸 모두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프로는 배우러 가는 게 아니라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되든 안 되든 부딪혀 보고 싶습니다."

창단 3년 차에 전국대회 우승이란 위업을 달성했지만 골클럽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특히 좋은 성적을 낸 고3 학생선수들이 졸업하기 때문에, 선수층 확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만 골클럽의 축구 철학은 성적이 최우선은 아니다. 과정을 존중한다. 홍성호 감독은 "사실 우승한 지난 대회도 선수가 많지 않아 17명 정도가 출전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운이 잘 따라준 탓도 있고, 선수들이 전술 주문을 훌륭히 따르고 우승해 너무 고마웠다"면서 "과분한 성적으로 부담이 없지 않다. 잘 될 때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범 (kikiholic@kbs.co.kr)


원문보기: https://n.news.naver.com/sports/kfootball/article/056/001091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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